금호아시아나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기업
<8일 산업은행은 금호 오너 일가의 사재출연계획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A. 금호일가, 전 재산을 내놓다
금호 얘기를 한 번 더 해보겠습니다. 8일 금호 오너일가는 채권단의 거듭된 압박에 드디어 손을 들었습니다. 갖고 있는 모든 계열사 주식을 담보로 내놓고 처분은 채권단에 맡기기로 결정했죠. 집을 제외한 모든 부동산도 담보로 내놓기로 했습니다.
이틀 전인 6일 민유성 행장은 산행을 마치고 작심한 듯 금호 일가를 비판했습니다. 채권단이 회사를 살리겠다고 나서고 있는데 부실 경영에 책임을 져야 할 오너 일가가 사재출연을 거부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치사하다’, ‘실망했다’,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등 평소 듣기 힘든 단어들이 쏟아졌죠.
민 회장은 비판을 마친 후 결정타를 날렸습니다. “7일까지 사재출연 의사를 마치라는 최후통첩을 보냈다. 만약 거부한다면 경영권이고 뭐고 없을 수 있다.” 지난해 말 구조조정계획을 발표하면서 기존 오너 일가에 3년간 보장하기로 한 경영권 보장 약속을 철회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또 지주회사격인 금호석화를 워크아웃 대상에 넣을 수도 있다는 의시를 비췄습니다.
채권단의 압박이 심해지자 오너 일가는 결국 사재출연에 동의했습니다. 다만 데드라인을 하루 넘기는 바람에 보는 사람을 조마조마하게 만들긴 했죠. 이렇게 동의할 걸, 오너 일가는 왜 한 달 반이나 버텼던 걸까요?
B. 형제경영의 종말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배구조>
이 스토리를 이해하려면 지난해 7월로 시계바늘을 되돌려야 합니다. 창업주의 셋째 아들인 박삼구 그룹 회장과 넷째 아들인 박찬구 그룹 화학부문 회장은 6월 말부터 7월 초까지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경쟁적으로 장내에서 사들였습니다. 지분 경쟁을 시작한 것이죠.
금호에서 형제 간 지분경쟁이 일어났다는 사실 자체가 재계에서는 화제였습니다. 금호는 그 동안 ‘아름다운 형제경영’의 모범 사례였죠. 창업주 고 박인천 회장이 사망한 뒤 네 아들은 지분을 똑같이 나눠가졌습니다. 그리고 65세가 되면 동생에게 경영권을 물려준다는 신사원칙을 지켜 왔습니다.
하지만 지분경쟁을 계기로 아름다운 우애는 끝이 났습니다. 형제가 금호석화를 두고 싸움을 벌인 것은 금호석화가 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해왔기 때문입니다. 금호그룹은 금호석화를 지배하는 사람이 사실상 금호산업, 아시아나항공, 대한통운, 금호타이어, 대우건설 등 모든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로 돼 있죠.
지분경쟁은 7월 말 박삼구 회장이 박찬구 회장을 해임시키고 본인도 명예회장으로 물러나면서 막을 내립니다. 창업주의 둘째 아들인 고 박정구 회장의 장남이 박철완 부장이 박삼구 회장 편에 붙으면서 승패가 결정된 것이죠. 하지만 승패와 상관없이 이 사건은 가족 내에 큰 갈등을 가져오게 됐습니다.
그러면 박찬구 회장은 왜 자기차례를 기다리지 않고 형인 박삼구 회장을 몰아내려고 했을까요?
박찬구 회장은 박삼구 회장이 대우건설을 인수할 때 “무리한 인수가 가져올 휴유증이 걱정된다”며 반대했습니다. 그럼에도 박삼구 회장은 대우건설을 인수했고 그 결과로 그룹 전체가 흔들리는 상황이 됐죠. 그러자 박찬구 회장이 ‘형의 경영방침에 따를 수 없다’며 반발하고 나선 것입니다.
박찬구 회장은 쫓겨나고 일주일 후 ‘금호그룹 임직원께 드리는 글’을 사내게시판에 올렸습니다. 그는 이 글에서 “박삼구 명예회장이 최근 무리한 인수합병(M&A)으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위기를 초래했음에도 이에 대한 책임을 지기는커녕 나를 회장직에서 몰아냈다”고 주장했죠.
C. 끝까지 버틴 일가들
지난해 말 금호그룹은 워크아웃 계획을 발표하며 오너 일가의 재산을 담보로 제공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대신 채권단은 오너 일가의 경영권을 3년 동안 보장해 주기로 했죠. 재산을 담보로 제공하고 의결권을 위임하는 것은 대주주가 ‘오너’의 지위를 포기하고 ‘전문경영인’의 역할을 하겠다는 결정한 것을 의미합니다.
채권단은 대주주 일가의 경영실적이 신통치 않으면 언제든 담보로 맡긴 지분을 처분할 권리를 갖고 있습니다. 지분을 처분한 뒤 빚을 갚으면 대주주 일가는 빈손으로 쫓겨나게 되는 구조죠.
박삼구 명예회장은 처음부터 본인의 모든 재산을 내놓겠다고 나섰습니다. 문제는 박찬구 전 회장, 박철완 부장이었죠. 박찬구 전 회장은 ‘형의 경영방침에 반대하다 쫓겨나기까지 했는데 부실경영의 책임을 지라고 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맞섰다고 합니다. 박철완 부장도 “부실경영의 책임이 없다”고 버텼죠.
내부적으로는 누가 금호석화의 경영권을 가질지를 두고 일가들끼리도 갈등이 있었습니다. 박찬구 회장은 금호석화의 경영권을 요구했고, 박철완 부장은 아시아나항공의 경영권을 갖고 싶어했죠. 하지만 일가들 사이에서도 감정의 골이 깊어진 터라 제대로 소통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결국 기다림에 지친 채권단은 “대주주로서 지분을 갖고 의결권을 행사한 만큼 박찬구 전 회장과 박철완 부장도 책임을 져야 한다”며 압박했습니다. 계속 버틸 경우 경영권을 주지 않고, 자율협약으로 구조조정을 하기로 했던 금호석화마저 워크아웃에 편입하겠다고 을렀죠.
8일 이뤄진 사재출연 발표는 일가들이 결국 두 손 들고 항복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날 채권단은 금호석유화학의 경영은 박찬구 전 회장과 박철완 부장이 맡고, 금호타이어는 박삼구 명예회장이 맡는다고 발표했죠.
D. 금호그룹 사실상 해체 수순

그러면 앞으로 금호그룹은 어떻게 될까요?
채권단의 설명에 따르면 금호그룹은 앞으로 세 개의 소그룹으로 쪼개지게 됩니다. 박찬구 회장의 금호석화, 박삼구 회장의 금호타이어, 채권단이 박삼구 회장과 협의해 경영하는 금호산업입니다.
박찬구 전 회장과 박삼구 명예회장은 서로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 조건으로 경영권을 행사하기로 했습니다. 경영을 별도로 하는 것은 물론 정상화 과정에서 금호석화가 금호타이어 지분을 매각하고, 박삼구 명예회장이 금호석화 지분을 팔아 타이어 지분을 사들여 형제 간 지분 구조를 정리한다는 계획입니다.
금호산업은 채권단이 선임한 경영진이 경영을 하게 됩니다. 지금은 박삼구 회장이 대주주지만 경영정상화 과정에서 감자(減資)를 통해 기존 주식 수를 줄이고, 채권단의 채무를 주식으로 바꾸는 출자전환을 단행하면 채권단이 대주주가 됩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그룹에서 빠져나오게 되죠.
나머지 계열사도 모두 채권단의 손에 들어가게 됩니다.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대주주가 금호석화입니다. 하지만 채권단은 지난해 말 금호산업이 금호석화에 매각한 지분을 돌려받겠다고 결정했습니다. 그러면 아시아나항공은 자연스럽게 금호산업 밑으로 들어오죠. 금호산업이 대주주인 대우건설은 물론, 아시아나항공과 대우건설이 24% 씩 지분을 갖고 있는 대한통운도 채권단 경영체제로 들어갑니다. 6개 주요 계열사 중 채권단이 4개를 경영하게 되는 것이죠.
채권단은 경영이 정상화 되는대로 계열사를 하나하나 매각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대우건설은 이미 산업은행의 사모펀드(PEF)에 팔기로 했습니다.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통운은 당분간 금호산업 밑에 두겠다는 구상입니다. 그래야 금호산업의 가치가 올라가 워크아웃을 원활하게 할 수 있죠. 구조조정을 마친 뒤에는 매각 여부를 결정할 방침인데 결국 오너 일가가 아닌 제3자에 팔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오너에게 우선권을 주더라도 돈이 있어야 채권단의 지분을 사들일 텐데, 이미 모든 재산을 내놓은 일가가 그만한 돈을 마련할 수는 없을 테니 말입니다.
그나마 금호석유화학은 경영상태가 나쁘지 않은 데다 박찬구 전 회장 부자와 박철완 부장의 지분을 합치면 20%가 넘기 때문에 다시 찾아갈 가능성이 다소 있다고 보는 이들이 많습니다. 금호타이어는 박삼구 회장이 경영을 제대로 하고, 나중에 가진 모든 지분을 정리해야 가져갈 수 있겠죠.
채권단은 당분간 금호그룹이라는 테두리를 유지할 계획이지만 결국 몇 년 후 금호그룹은 세 개의 소그룹으로 쪼개질 가능성이 큽니다. 지나친 탐욕의 대가는 이렇듯 잔인한 법이지요.




3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저널로그 운영자입니다. 이 포스트가 동아닷컴 기사로 선정되었습니다~☆
형제끼리 돌려먹기,,,권력은 황제처럼 부리다 책임은 주식 수만큼도 안지려고 하는 사악하고 탐욕스러운 재벌들..저런 기업들 살리자고 국민세금 쏟아붓는 한심한 정부..토나온다 토나와..씨발..
부실기업을 살리느냐, 그냥 두느냐.. 정말 힘든 문제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