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일저축은행은 왜 망했나?(저축은행 안전하게 이용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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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의 구도심에 자리잡은 전일저축은행 외관>
지난 주 전주에 다녀올 일이 있었습니다. 지난해 말 부실이 커져 문을 닫은 전일저축은행 때문이었는데 이번에는 그 얘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저축은행에 돈을 맡기려는 분들은 미리 한 번 읽어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전일저축은행은 어떤 은행?
저축은행이라고 하면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전일저축은행은 ‘전북 제일의 저축은행’ 이라는 명성을 갖고 있는 은행입니다. 1972년에 생겼는데 1980년대는 전북은행을 제치고 전북에 기반한 금융회사 중 'No.1'이었던 적도 있었다고 하네요. 자산은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1조2497억 원입니다. 수신은 1조3215억 원, 여신은 1조1069억 원입니다.
저축은행 업계에서도 25위를 차지할 정도로 규모가 크고 역사와 전통이 있는 은행입니다. 이런 전일저축은행이 지난해 말 영업정지를 당했습니다. 당시 자기자본은 ―1583억 원이었습니다.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나타내는 BIS 비율은 무려 ―11.13%였습니다. 금감원에서 저축은행들에게 BIS 비율 5%를 권고하는 것을 감안하면 얼마나 부실이 심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전일저축은행 현재 상태는?
전일상호저축은행 현황
설립 | 1972년 |
자산 | 1조2497억 원 |
자기자본 | ―1583억 원 |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 ―11.13% |
예금자 수 | 6만3722명 |
5000만 원 초과 예금자 | 3573명 |
자료: 금융감독원
전일저축은행은 군산, 익산, 정읍, 남원, 김제에 지점을 갖고 있습니다. 지방 도시의 경우 시중은행이 얼마 안 되는 것을 감안하면 전북에는 탄탄한 지점망을 갖고 있는 셈입니다. 본점과 지점에 예금을 갖고 있는 사람은 6만3722명이나 됩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말 전일저축은행에 영업정지를 명령했습니다. 영업이 정지되면 임직원의 직무집행이 정지되는 동시에 고객들도 6개월 동안 예금과 대출을 할 수 없게 됩니다. 금융 당국은 증자 등을 통해 자체 정상화를 할 수 있도록 2달의 여유를 줬습니다. 하지만 그마저도 2월 말에 끝났죠.
선례를 볼 때 남은 것은 제3자인수와 청산뿐입니다. (피해자들은 공적자금 투입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형평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끝난 실사에 따르면 부채가 자산보다 4500억 원 많은 상태라 선뜻 인수 의향을 밝히는 곳이 없는 실정입니다.
-예금자보호법에 따르면 누가 피해를 보나?
현행 예금자보호법은 금융회사 1곳에 맡긴 돈을 예금자 1인당 5000만 원까지 보호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1곳 당’, ‘1인 당’ 이라는 조건입니다. 계좌 수는 몇 개든 상관이 없습니다.
예를 들어 A씨가 자기 이름으로 4500만 원, 아내 이름으로 4500만 원, 자식 명의로 4500만 원을 갖고 있다면 1억3500만 원, 전액을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반면 자기 이름으로만 5500만 원을 갖고 있다면 500만 원은 보호를 못 받습니다. (고위공직자 재산 공개를 보면 가족들의 명의로 4500만 원, 4700만 원 씩 넣어둔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는데 원리금을 합쳐 5000만 원까지 보호가 되기 때문에 볼 수 있는 영리한 재테크의 전형입니다)
전일저축은행을 인수할 상대가 4월까지 나타나지 않으면 계약 이전 후 청산절차에 들어가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5000만 원을 넘게 맡긴 고객 3573명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죠. 이들은 파산재단에서 배당을 해 주는 돈을 예보와 나눠서 받게 됩니다. 얼마나 부실채권을 받아낼 수 있는지에 따라 다라지만 평균 초과금액의 30~40%만 받게 되는 게 일반적이라고 하더군요.
예금자들은 그나마 5000만 원까지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금리가 다소 높은 대신 상환 순위가 뒤로 밀리는 후순위채를 산 이들은 한 푼도 못 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예금자가 받은 후 남는 게 있어야 후순위채권자가 받게 되는데, 예금자가 전액을 못 받게 됐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말 영업정지를 당한 전일저축은행 내부>
-그럼 예금자들은 왜 5000만 원을 넘는 금액을 맡겼나?
저도 전주에 내려가기 전 예금자들이 왜 저축은행에 5000만 원을 넘게 맡겼는지 궁금했습니다. 하지만 가 보니 고개가 끄덕여지는 면이 있더군요.
먼저 전일저축은행에서 만난 피해자들은 대부분 60세 이상 노인분들이었습니다. 수십 년 동안 이 저축은행과 거래하던 이들 중에는 2000년에 5000만 원이라는 예금자보호한도가 생겼다는 사실도 모르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교육수준이 낮다 보니 금융지식이 부족하고, 막일을 하느라 언론을 접할 기회가 적은 분들이었죠. 정부 고위 공직자, 한은 금감원 간부 같은 ‘룰을 만드는 사람’들이 ‘영리한 재테크’를 해 왔다는 걸 생각하면 안타깝기 그지없는 일입니다.
여러 금융회사를 이용했다면 모르겠지만 이들 대부분은 유일하게 접하는 금융회사가 전일저축은행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전일저축은행에서라도 예금보호 한도에 맞춰 여러 은행에 나눠 돈을 맡기거나, 그게 아니라면 예금을 가족들의 명의로라도 분산해 맡기도록 유도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전일은 돈을 많이 유치하는데 급급해 이 같은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죠.
그 뿐 아닙니다. 전일저축은행은 예금자보호제도의 허점을 교묘하게 이용했습니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이 저축은행 직원들은 예금을 안내할 때 ‘정부가 보호한다’고만 했을 뿐 얼마까지 보호하는지는 알려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전단지에도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예금보험공사가 보호한다’고만 썼죠. (물론 다른 금융회사들도 대부분 그렇게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전액을 보호하는 것으로 오해한 사람들이 큰 돈을 맡긴 것입니다.
피해자들이 지적하는 제도상의 문제는 또 있습니다. 60세 이상 어르신들에게 세금을 면제하는 생계형 저축과 세금우대 예금상품은 1인당 가입한도가 2008년까지는 9000만 원이었고, 2009년부터는 6000만 원입니다. 그러다 보니 전일저축은행 창구에서는 “세금혜택을 최대한 받으려면 그만큼을 맡겨야 한다”고 설득했고 적잖은 이들이 여기에 넘어갔습니다. 예금보호 기준과 세금우대 기준이 다른 것도 혼선을 부추겼다는 말이죠.
지리적인 요인도 있습니다. 전일저축은행은 전주 공구상가와 중앙시장이 만나는 지점에 있습니다. 도청이 이전하고 신도심으로 사람들이 몰리기 전까지 그 부근이 전주의 중심이었죠. 주변 상인들이 수십 년 동안 거래한 것도 가깝다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더구나 지방도시에는 다른 시중은행이 많지 않습니다. 전주에는 국민은행 지점이 8개, 우리은행 지점이 4개 밖에 없습니다. 골목마다 하나씩 은행이 있는 서울과는 사정이 다른 거죠. 당연히 전일저축은행이 전주에서 갖는 위치는 다른 저축은행이 서울에서 갖는 위치와는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심리적인 것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지금 전일저축은행은 예전 한국은행 전주 지부가 있던 건물이라고 합니다. 튼튼하고 주차장도 넓어 인상적인 건물입니다. 신뢰의 상징인 한국은행 건물을 쓰는 데다 건물도 웅장하다 보니 피해자들은 철석같이 전일저축은행을 믿었던 겁니다.
물론 피해자들의 책임이 전혀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전일저축은행은 예전부터 위험하다는 소문이 돌았고, 상당 기간 검찰과 금융감독원의 조사를 받았습니다. 피해자들은 먹고 살기 바빠 이런 소식을 못 들었지만, 사실 고객들 중에는 이러다 큰 일 날 수 있겠다 싶어 돈을 뺀 사람도 상당수 있었다고 합니다.
-저축은행을 안전하게 이용하는 방법은?
저축은행을 안전하게 이용하는 방법
1. 4500만~4700만 원만 맡길 것 |
2.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것 |
3. 잘 모르겠으면 88클럽을 선택할 것 |
4. 후순위채 투자는 금물 |
저축은행은 은행보다 금리를 더 주기 때문에 금리차이에 민감한 이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이런 저축은행을 안전하게 이용하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1. 4500만~4700만 원만 맡겨라!
먼저 예금자 보호 한도 이하로 돈을 맡겨야 합니다. 원리금을 합쳐 5000만 원까지 보호되는 만큼 금융회사 1곳에 한 사람 명의로는 4500만~4700만 원 정도만 맡기는 게 안전하겠죠.
2. 관심을 가져라!
거래하는 저축은행에 스스로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저축은행중앙회 홈페이지(http://www.fsb.or.kr)에서 경영공시를 누르고 연도와 회사를 선택하면 해당 저축은행의 경영실적을 볼 수 있습니다. 자산이 부채보다 많은지, 매출과 영업수익이 꾸준히 유지되거나 늘어나는지 등을 꼼꼼히 점검하실 것을 권합니다.
가장 중요한 건전성을 보려면 ‘위험가중자산에 대한 자기자본비율(혹은 BIS 비율)’ 항목을 보시면 됩니다. 이 비율이 높을수록 건전한 저축은행입니다. 금융감독원은 이 비율이 5% 이하로 내려가면 부실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합니다.
3. 88클럽을 선택하면 안전!
이것저것 따져보기 귀찮고 잘 모르겠다면 ‘88클럽’을 선택할 것을 권합니다. 88클럽은 고정이하 여신비율 8% 이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8% 이상인 저축은행들을 말합니다. 정부에서 우량 저축은행으로 분류해 각종 혜택을 주는 기준을 충족하는 곳들인 만큼 상대적으로 안심해도 됩니다. 전국 저축은행 중 30여 곳이 88클럽에 포함돼 있습니다.
4. 후순위채는 금물!
금융지식이 부족한 투자자라면 ‘후순위채’와는 거리를 둘 것을 권합니다. 부실저축은행의 후순위채는 해당 저축은행이 망하면 휴지조각에 불과합니다. 물론 7~8%의 금리가 유혹적이기는 하지만 망하면 한 푼도 돌려받을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가입 기간도 5년 정도로 긴 편이기 때문에 더 조심해야 합니다.

<전일저축은행 1층에 앉아 있는 피해자들>
마지막으로 몇몇 피해자들의 가슴 아픈 사연을 들어보겠습니다. 정말이지 저도 눈물을 참느라 혼났습니다. 이 분들의 100만 원, 200만 원은 제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무게를 갖고 있더군요.
A 씨(61)
1998년까지 30년 동안 건설회사 노무직으로 일을 했다. 아들은 집을 나갔고 손자와 손녀를 키우며 산다. 안사람은 노점에서 야채를 팔다가 붕어빵을 팔다가 했다. 노무직을 그만두고 아파트 청소부로 들어가 폐지를 주우며 돈을 벌었다. 그러다 지난해 6월에 나이가 많다고 아파트에서 내보내더라.
지금까지 번 돈을 모두 전일저축은행에 맡겼다. 다 합치면 6500만 원 정도 된다. 이 중에는 아파트를 그만두고 받은 퇴직금 300만 원도 포함돼 있다. 친척들이 불쌍하다고 손녀, 손자에게 준 돈을 모았더니 각각 200만 원 씩 모두 400만 원이 됐다. 나중에 학비로 쓰려고 이 돈도 전일저축은행에 넣었다가 날리게 생겼다.
예금자보호법은 전혀 몰랐고 6000만 원까지 세금우대 된다고 해서 다 넣었다. 알았으면 집사람하고 나눠서 넣었겠지. 더 이상 손녀 손자들을 키울 자신이 없다.
B 씨(62·여)
결혼한 뒤 얼마 안 있다가 남편이 허리를 다쳤다. 그래서 생선 장사를 시작해서 38년 동안 했다. 처음에는 가게도 없어 다라이에 이고 다녔다.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자식을 업고 다라이를 이고…. 그 고생은 말로 못 한다. 결국 5년 전에 퇴행성 관절염이 생겨 그만뒀다.
큰 딸이 상고를 졸업하고 전일저축은행을 5년 동안 다녔다. 그 때부터 거래를 시작했으니 벌써 20년 정도 거래했다. 다른 곳 통장 하나도 없다. 딸은 일하다 집이 곤란하니 빨리 시집이나 간다고 하면서 직장을 그만뒀다.
빗물을 받아 청소를 할 정도로 알뜰하게 살았다. 그렇게 모은 돈이 좀 되서 2007년도에 남편 이름으로 9000만 원을 맡겼다. 당시 직원이 9000만 원까지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해서 맡긴 것이다. 이자는 연 5.3%로 높지도 않았다. 세금 한 푼이라도 덜 내려고 맡긴 거다.
3년을 기다려 올해 2월 28일이 만기였다. 찾으면 아이들에게 그 동안 못해줬던 걸 해주려고 했다. 큰 딸 결혼한 지 16년 됐는데 해준 게 하나도 없어서…. 세탁기가 거의 부서져 가는데 바꿔주려고 했다. 김치냉장고도 하나 사 주고. 아들이 전세자금을 도와달라고 해도 안 주고 모은 돈이다. 요즘은 매일매일 사는 게 생지옥이다.
C 씨(62·여)
초등학교도 못 나왔다. 시골에 시집갔다가 도시에 나와 혼자 산지가 20년이 됐다. 목욕탕 빨래도 하고 청소도 했다. 시멘트 버무리고, 밭 매고, 벽돌 나르고 안 해 본 일이 없다. 방 하나 빌려서 사는데 나중에 아이들과 함께 살고 싶어서 먹지도 쓰지도 않고 버는 대로 다 져가 맡겼다.
일을 하고 하루 3~4만 원을 받으면 여기까지 걸어와서 꼭 예금을 했다. 그렇게 해서 9500만 원을 모았다. 전세금 1500만 원을 제외하면 전일저축은행에 있는 돈이 전 재산이다. 저는 은행이니 가져다 맡기면 무조건 이자를 주는 줄 알았다. 망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망한 것도 며칠 지나서야 알았다. 1월 4일인가 5일에 언니가 일을 데려다 주다가 “텔레비에서 전일이 부도났다고 하니 한 번 가보라”고 하더라. 큰일 났다 싶어서 달려가니 문을 닫고 사람들이 웅성웅성하고 있었다. 혼자 옷을 벗어서 내던지고 돌아왔다. 그리고 집에 와서 가슴이 답답해 병원에 입원했다. 일을 해야 먹고 사니 요즘에도 일하긴 하는데 더 이상 살 의욕이 없다. 사는 게 아무 재미가 없어졌다.
자녀들이 4명인데 먹고 살기 어려우니 다들 뿔뿔이 흩어졌다. 애들도 못 가르쳤다. 아들 딸 결혼하는데 한 푼이라도 도와주려고, 그리고 단칸방 말고 아이들이랑 같이 밥 한 끼 먹을 곳을 마련하고 싶어서 모은 돈이다.




3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저널로그 운영자입니다. 이 포스트가 동아닷컴 기사로 선정되었습니다~☆
검색중에 여기까지 왔네요..
예전에 근무했다고 리플단 인간한테 한마디 하려 글 씁니다.
이번 전일사태와 저는 직접적인 상관은 없느나, 간접적인 연관은 있게 되었습니다.
부모님때문이죠..
저희 부모님도 60세이상은 한도가 9000만원까지 높아진다는 두루뭉술한 직원들의 말장난에 넘어가셔서
9천만원을 예금을 하셨고,
상당한 원금을 완전히 날리게 되었습니다.
전일저축은행이 영업정지 당했을때도, 저희 부모님께서는 너무 태연하게 걱정을 안하시더군요.
60세이상은 보장한도가 법적으로 9천까지 올라간다고 해서 그렇게 넣어놨다고
아주 맹신도 이런 맹신이 없을정도로, 철떡같이 믿고 있었드랬습니다.
그런식으로 노인내들에게 말장난 하면서, 해처먹은거지요.
어느 직원도 5천만원까지가 법적 보장한도며,
그 이상은 생계형이나 세금우대일뿐이라고 정확하게 고지한 직원은 한명도 없었으며,
저희 부모님이 들은 얘기는 딸랑 한줄..
"고객님께선 60세이상이기 때문에 한도가 9천만원까지 올라갑니다" 이 한마디 였답니다.
에휴 말하면 화만나니 그만해야겠군요.
근무했다는 사람 어디가서 그딴 개소리 하지 마세요. 제눈에 띄면 죽습니다.
정말 안타까운 분들이 많더라구요.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정부에서 예금자보호제도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하니 다행입니다.